우주는 언제, 어떻게, 왜 시작되었을까? 우주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또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이러한 의문을 잊고 지낸다. 그러나 현대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수세기에 걸쳐 이 문제에 대해 씨름해왔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즉 "우주는 유한한가 무한한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유한과 무한"을 이 책의 주제로 삼은 첫째 이유는 "우주는 유한한가 무한한가." 이것이 우주관 또는 자연관의 기본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한정된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또는 무한히 확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연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의 대전제에 큰 영향을 끼치며, 적어도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가 암암리에 전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학문의 발달로 인해 전문분야가 세분화되어 같은 테마가 각각의 전문분야의 입장에서만 이해되고 해석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한과 무한"을 몇 개의 전문분야인 철학, 종교학, 수학, 천문학의 공통 테마로 택함으로써 이 테마가 제기하는 문제를 각각의 전문분야의 입장에서 다각적으로 비교하여 이해하고, 전문분야간의 상호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무한이라는 용어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무한이라는 개념 자체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무한의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철학적 고찰 없이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여간 무한이라는 말은 유한과 짝을 이루어 생각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어로 페라스(peras)는 끝, 한계, 또는 한정이라는 뜻인데, 이 말과 부정의미를 갖는 접두사 "아"의 합성어로서 아페이론(apeiron)은 끝이 없다, 한계가 없다, 한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의미인데 보통 무한이라고 번역한다. 오늘날 영어에서도 boundless, endless, infinite는 보통 무한으로 번역되며, 유한이라는 finite의 반대어로 사용된다. finite는 끝, 한계, 또는 한정을 의미하는 라틴어 finis라는 말로부터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무한이란 문자 그대로 끝이 없다, 한계가 없다, 또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한편 일찍이 중국에서는 술어로서 무한이라는 말이 무변 등과 함께 시나 그 밖의 문학작품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철학에서는 무애, 무극 등이라고 하였다. 예컨대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는 "우리의 생은 유애하고 지는 무애하다. 유애로써 무애를 좇음은 위태로울 뿐"이라고 하였다. 이 유애와 무애는 각각 오늘날 사용되는 유한과 무한과 같은 뜻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유한과 무한의 문제는 때로는 존재의 특성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인식의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서는 이와 같은 각 관점에 대한 평가 등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논의되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