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제 현대연극의 고전이 된 유진 오닐(Eugene O’eill)의 <밤으로의 긴 여로>(A Long Day’ Journey into Night)를 무대 위에 살아 숨 쉬는 실재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극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려 오닐의 최고작으로 자리 매김한 연출가 호세 퀸테로(Jose Quintero)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믿음과 극중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만 있으면 누구라도 이 극을 성공적으로 무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겸손한 연출가가 자서전의 형태로 남겨놓은 무대 작업의 기록은 한 편의 희곡이 공연이 되기 위해서는 ―극작가의 위대한 창작이 관객의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찬란한 가상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연출적상상력”directorial imagination)이라 이름하고 그 공감각적 상상력의 실체를 더듬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한편, 이 책은 일정한 결론을 예비하고 쓴 글이라기보다는 시론(試論)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희곡을 읽을 때 연극 공연의 개념과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전제 아래, 연출적 상상력 내지는 연출적 기법(technique)을 해설하고 그 상상력과 기법을 통해 한 편의 희곡을 읽는 방식을 빌고자 했다. 바꿔 말하면, <밤으로의 긴 여로>에 대한 연출적 해석과 분석이 ‘희곡 텍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질문에 대한 구체적 해명에 값하도록 ―그래서 그것이 연출적 관점의 타당성 내지는 유효성을 입증하도록―의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출적 관점의 설정에 실체적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은 무엇보다도 ‘희곡–공연’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그에 따라 재편된 극작가와 연출가의 협동적 창조 영역에 대한 확장된 인식이다. 그것은 요컨대 희곡이 정신이라면 공연은 그 정신을 담는 몸이라는 인식, 그리고 극작가의 창조는 연출가의 깊은 공감과 빛나는 상상력을 통해 비로소 참 생명력을 얻는다는 깨달음이다.

I. 프롤로그 

1. 빛을 향한 여정: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9 

2. 연출적 상상력의 출발점: 포토 에세이 ․13 

3. 문학예술과 극장예술: 들어가는 말 ․36

II. 연출적 상상력의 입지 

1. 희곡과 공연 ․47 

2. 극장적 경험 ․53 

3. 연출의 역할 ․58

III. 연출적 해석과 분석 

1. 무대 ․65  (1) 행동의 전조적 공간 ․68  (2) 장치로서의 무대 ․83

2. 배우 ․101  (1) 내적 행동의 발견 ․106  (2) 극중 인물의 외관 ․123  (3) 무대 동선 ․132  (4) 동작과 행위들 ․165 

3. 지각적 의미와 정서적 인식 ․205  (1) 지각적 의미 ․206  (2) 내재적 구조 ․222  (3) 관객의 정서적 인식 ․225

IV. 연출적 상상력과 비극적 인식

1. 연출적 상상력: 뒤돌아보기 ․233 

2. 비극적 인식: 인간이란 무엇인가? ․236 

3. 연출적 상상력과 비극적 인식:“안개 사람들” ․241

강태경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교수

셰익스피어 비평/공연학 및 현대영미드라마 전공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 재남 우수논문상

저서: <브로드웨이의 유령: 한 연극학자의 뉴욕 방랑기>, <오이디푸스 왕 풀어 읽기: 텍스트와 퍼포먼스> 등

역서: <햄릿>, <안티고네>, <리처드 3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등

드라마투르기: <오이디푸스>(국립극단), <유리동물원>(명동예술극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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