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론은 칸토어(Cantor)에 의해 창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부르바키 (Bourbaki)는 “오늘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집합론의 창조는 칸토어의 천재성 덕분이다.” 라고 말했다. 집합론은 18세기 말경에 해석학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진 수학의 논리적 기초 확립을 위한 시도로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18세기 수학자들은 논리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하여 실수 집합의 정확한 분석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 으며, 이를 위해 실수 집합의 점집합과 여러 가지 연산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 하였다. 이와 같은 필요성은 집합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바이어슈트라스 (Weierstrass), 데데킨트(Dedekind), 칸토어 등은 집합론을 활용하여 실수를 형식적으로 정의하였다. 유클리드(Euclid)는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는 명제를 공리로 택했으나 갈릴레이 (Galilei)는 이 주장이 무한집합에 대해서는 잘못임을 알았다. 즉 갈릴레이는 긴 선분이 짧은 선분보다 더 많은 점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칸토어는 임의의 집합의 멱집합은 그 집합보다 더 많은 원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당시 미 지의 개념이었던 무한집합의 신기한 성질들을 발견해갔다. 칸토어의 스승인 바이어슈트 라스는 칸토어의 연구를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데데킨트 역시 칸토어의 적극적 인 지지자였다. 그러나 집합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그 당시 수학자들의 비판은 칸토 어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주었다. 칸토어의 이론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수학자로는 위상 수학과 기하학 분야에서 유명한 푸앵카레(Poincaré)와 크로네커(Kronecker) 등이 대표적 이다. 칸토어는 집합론을 비판하는 수학자에게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에 있다.”는 유명 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수학자 사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집합론은 학문적으로 정립되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 되기에 이르렀으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집합론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즉, 여러 가지 형태의 역설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은 가장 유명한 역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설은 집합론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서 집합의 개념을 제한하면 해소되는 문제임이 밝혀졌다. 체 르멜로(Zermelo), 프랜켈(Fraenkel), 폰 노이만(Von Neumann), 괴델(Gödel) 등은 집합론 의 구성 원리를 유클리드 기하와 같이 엄밀하게 공리 형태로 만드는 데에 기여한 수학자 들이다. 현재의 집합론은 체르멜로와 프랜켈이 만든 공리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 에 종종 ZF 집합론이라 불린다. 이 책은 보통 대학교 2학년 과정에서 개설되는 집합론 강의를 위한 교재이다. 집합론 강의는 해석학, 대수학, 위상수학 등을 수강하기 위한 필수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일종의 기초 과목이다. 최근에는 집합론의 기본 아이디어가 컴퓨터 사이언스와 통계학 등의 응용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어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이공분야의 학생들도 집합론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는 경향 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집합론을 학문 자체로 깊이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 저자가 학위를 받은 대학에서는 논리학과가 독립적인 학과로 운영되었으며 학과의 규모 역시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합론의 학문적 심오함에 비하여 대학교 과정의 집합론 강의는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대학교 수준의 집합론 강의에서 다루어지는 핵심적인 개념과 원리를 소개하기 위한 취지로 쓰여졌으며, 다음과 같이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에서는 집합론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수리논리학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룬다. 특히 1장에서 ‘수학적 귀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제2장에서는 자연수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페아노 공리’를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제3장은 집합론의 주요 대상인 ‘집합’의 기본 성질을 정리하였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무정의 용어를 허용하는 것과 같이 집합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모임’, ‘원소’와 같은 무정 의 용어를 허용해야만 한다.
또한 제3장에서는 주어진 집합의 ‘멱집합’에 관한 성질을 자세히 알아보았다.
제4장은 ‘관계’와 ‘함수’를 다룬다.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함수를 정의하는 방식 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보통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함수를 두 집합의 원소 사이의 대응 규칙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 정의는 함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규칙”이라 는 또 다른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함수보다 더 일반적인 개념인 ‘관계’를 먼저 정의하고 관계를 이용하여 함수를 정의하면 이와 같은 모호함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제5장은 ‘무한집합’과 ‘유한집합’의 성질을 정리하였다. 보통의 경우에는 유한집합을 먼저 정의하고 유한집합이 아닌 집합을 무한집합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의 방식은 무한집합의 흥미로운 성질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데킨트의 정의에 따라 무한집합을 먼저 정의하고 무한집합이 아닌 집합을 유한집합으로 정의한다. 제5장에서는 ‘가부번집합’과 ‘비가부번집합’의 개념도 소개한다. 특히 실수의 열린구간이 비가부번 무한집합임을 보여주는 ‘칸토어의 대각법’도 자세히 살펴본다.
제6장은 집합의 크기를 정량화하기 위한 개념인 ‘기수’를 공리계를 통해 도입하고 기수의 연산인 덧셈, 곱셈, 거듭제곱과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성질을 알아본다.
제7장은 제8장에서 다룰 순서수의 개념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먼저 선택공리를 정확하게 서술하고 그와 동치인 명제인 ‘하우스도르프 극대원리’, ‘조른 의 보조정리’, ‘정렬원리’를 자세히 알아본다. 특히 제7장에서는 응용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격자’에 대한 소개와 그 성질을 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제8장에서는 ‘순서수’를 순서수의 공리계를 통해 도입하고 순서수의 연산인 덧셈과 곱셈의 정의와 성질을 알아본다.
이 책은 저자가 집합론을 강의하면서 만든 강의 노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저자가 집합론 강의에서 주로 사용했던 교재는 Lin-Lin의 저서 [4]와 [7]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내용과 구성 면에서 Lin-Lin의 저서의 영향을 많아 받았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Lin-Lin의 저서 이외에도 [1], [2], [3], [5], [6], [8], [9]를 참고하였다. 저자의 관점에서 특히 참고도서 [3]과 [9]는 상당히 인상 깊은 책이라고 생각된다([1]∼[9]는 참고 문헌에 나와 있음). 이 책의 각 절의 끝에 제시된 연습문제는 기존에 잘 알려진 문제와 더불어 새로운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