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수학은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 중 하나이다. 정의나 공식을 외우고 문제만 반복해서 푸는 탓에 수학 과목은 재미없고 힘든 과목이지만, 수학능력시험에 들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워야만 하는 과목으로 느끼고 있다. 2007년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시행한 수학 ․ 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50개국 중 2위를 차지한 반면, 수학에 대한 자신감 및 흥미도는 45위에 머물렀다. 이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1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교육’, ‘더불어 함께하는 수학’을 실현하기 위해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이를 위해 수학 교과서에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학이론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한다든지, 체험 및 탐구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수학적 창의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선진화방안에 따라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탄생하고, 다시 이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제작되어, 2013학년 1학기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에 보급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착근도 되기 전인 2015년 3월, 교육부는 지금보다 더 쉽고 흥미롭게 수학 수업을 하도록 함으로써 수학 포기 학생(‘수포자’)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발표하였다.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수학교육’이라는 비전 아래, ‘수학 기반의 핵심역량 함양, 수학의 가치와 유용성 인식 확산, 선진 수학교육 기반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발표된 종합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추진전략으로 ‘Ⅰ. 수학교육 패러다임 변화 추진 – 배움을 즐기는 수학교육, 체험 중심의 수학교육, 과정 중심의 수업 및 평가, Ⅱ, 수요자 참여 중심 수학교육 지원 – 학생의 수학 학습 성공 경험 부여, 교사의 수학교육 전문성 신장, 국민과 함께하는 수학 대중화, Ⅲ. 범국가적 수학교육 지원 체제 구축 – 수학교육 활성화 거점 마련, 수학교육 발전의 제도적 장치 마련, 수학교육 협력체제 구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명시적인 방안보다도 수학 학습에 있어 ‘수학이 무엇인지’, ‘어떻게 수학이 발달되어 왔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흥미와 동기를 갖게 하여 즐거운 수학 학습이 되도록 하는 선행요건이 아닐까 한다. 또한 그것이 자연스러운 사고 속에서 수학적 개념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1687년 뉴턴이 ‘수학적 원리’를 출간하여 수학을 이론과학의 방법론적인 패러다임으로 인식시키면서 현대수학은 탄생되었다. 그는 그 시대의 축적된 천문학 데이터에서 패턴을 알아내고, 그 패턴으로부터 어떤 일반적인 원리를 추상화했으며, 이후 이 원리들은 행성의 운동에 있어 기지와 미지의 패턴을 연역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것이 패턴의 과학이다(L. A. Steen, ‘The Science of Patterns’, Science, Vol. 240, 1988, 611-616 참조). 19세기 말까지 뉴턴의 창작은 풍부한 지적인 꽃을 피웠다. 오일러, 라그랑주, 바이엘슈트라스와 같은 거인들은 현대해석학의 토대를 만든 미분적분학을 정교화하였으며, 맥스웰은 전자기학의 법칙을 나타내기 위해 뉴턴의 도함수를 사용하였고, 리만은 아인슈타인을 위한 준비로 기하학에 미분(differential)을 응용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수학에 대한 이미지를 지식의 나무(tree of knowledge)와 유사하게 생각한다. 공식이나 정리 그리고 결과들은 그들의 이론을 살찌우게 할 잘 익은 과일과 같은 것이다. 반면에 수학자들은 그들의 분야를 빠르게 커 가는 열대 우림으로 본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수학적 열대 우림과 인간의 활동영역을 분리해놓은 추상적인 언어의 가파르고 거친 미지의 땅에 기인한다. 수학이란 빽빽한 정글은 천년 동안 실제 응용에 대한 도전에 의해 비옥하게 변모되었다. 최근에 컴퓨터는 응용의 영향을 증대시켰고, 계산과 응용은 수학이란 미지의 땅을 가로질러 사이클론처럼 휩쓸었다. 이러한 지적인 돌풍의 상호작용에 의해 야기된 힘이 수학의 형태(morphology;구조)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수학은 20세기를 지나면서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뿐만 아니라 정수론, 논리학, 통계학, OR, 확률론, 계산수학, 위상수학, 조합론에서의 중요한 발달에 의해 보완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대수학을 학생들에게 맛보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수학하는(Do Math) 힘을 기르게 하고, 미래지향적인 수학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수학의 뿌리를 찾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 역자는 아키야마 진(秋山仁) 교수의 책이 그러한 의도에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여겨 독자들에게 소개 하고자 한다. 「학교수학의 뿌리를 찾아서, 상 ․ 하」로 명명된 본 번역서에는 18개의 토픽에 대해, 대(大)수학자들이 그 개념을 궁리해내었을 때의 발상, 전략이나 전술들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여 일본의 대학입시의 본고사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참고로 대학명은 밝히지 않는다.)
-역자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