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은 필자가 태어난 지 60년 되는 해이다. 여행을 좋아하며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40세 후반부터 50대에 걸쳐 자전거를 이용한 역사 여행을 많이 했다. 특히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서거나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난을 받은 ‘역사적인 길’에 관심이 많다. 그러한 길을 찾아 자전거로 여행한 후 《미안해요! 베트남》(2011),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2014), 《장준하 구국장정 6천리 따라 자전거 기행》(2014)을 저술했다. 올해 회갑을 맞이하며 그동안 출판되지 못했던 여행기와 자전거를 교통과 레저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쓴 칼럼을 이곳에 모았다. 우선 우리나라 한 바퀴를 돌았다. 2006년 8월에 제주도 한 바퀴를 먼저 돈 후, 10월에 강릉에서 시작해 동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과 갈 수 있는 최북단으로 돌아서 2007년 11월 강릉에 다시 도착했다. 기록한 거리를 보면 제주도 260킬로미터를 포함해 2,910킬로미터였다. 첫 외국 여행지로 우리와 근현대사가 비슷한 타이완을 택했다. 타이완은 중국에서 쫓겨난 장제스가 군사독재를 하여 많은 민중을 살상하였는데, 현대사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타이완은 유엔에서 퇴출당하고 독립국가의 지위를 박탈당하자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타이완과 단교하여 필자는 개인적으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2월에 타오위안 공항을 출발해 인근 서해안을 따라 돌기 시작해 남쪽 끝과 동해안을 거쳐 타이완을 한 바퀴 돌았다. 그 거리는 1,200킬로미터였다.
우연한 기회에 《백범일지》를 읽고 백범 김구 선생의 젊었을 때 행적을 알게 되었다. 청년 백범은 일본군에 의해 고종의 비 명성황후가 처참하게 시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를 한다는 이유로 황해도 치하포에서 일본군 장교를 죽인 적이 있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잡혀가 인천감옥에 수감되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수감 중 감옥을 탈출한 청년 백범은 독립정신을 키워가며 서울을 거쳐 삼도를 유랑하다 공주 마곡사에 정착하였다. 이러한 백범의 애국정신을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알리고자 2010년 7월에 인천을 출발해 서울과 전라도 완도를 경유하여 공주 마곡사까지 그가 쫓겨 다닌 길 1,470킬로미터를 종주했다. 2015년 3월에는 베트남 호아빈에서 북부 라오스 접경에 있는 디엔비엔푸까지 400킬로미터를 다녀왔다.
디엔비엔푸는 강대국에 대항한 약소국의 승리 현장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다시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프랑스에 대항해서 베트남이 프랑스를 자력으로 물리친 곳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그 전투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갔다. 베트남은 비록 전투에서 승리하여 프랑스를 쫓아냈지만 베트남 남부는 다시 미국에 점령되었다. 베트남은 이후 통일을 위해 미국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 지금까지 기록을 남기며 다닌 해외 자전거 여행이 10,000킬로미터가 넘지만 정작 가까운 이웃인 일본에 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첫 일본 여행 지역으로 대마도를 택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역사․문화적으로 관계가 매우 깊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에게 복속되었으나 현재 일본이 강제로 점령하고 있는 대마도에 숨어 있는 우리 역사의 우울한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2015년 8월, 히타카츠를 출발해 이즈하라를 경유하여 다시 히타카츠까지 175킬로미터를 달렸다.
두 번째 지역으로 택한 오키나와는 섬으로써 제주도와 공통적인 역사적 불행을 겪었다. 오랜 세월 독립국이었던 오키나와는 일본에 점령당해 큰 고통을 겪었고, 제주도는 삼별초와 원나라에 점령당해 심한 고통을 겪었다. 오키나와 주민은 오키나와 전투 때 같은 나라인 일본군에게 살육을 당했고, 제주도 주민은 해방 후에 같은 민족인 한국군에게 살육당했다. 군인에 대한 트라우마가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는 두 섬의 주민들은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는 새로운 미군기지를 또 만들려 하고 제주도에는 미군이 사용할 수도 있는 해군기지를 세웠다. 제주도 강정해안의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평화를 깨트리는 해군기지의 강압적인 건설에 대한 울분이 그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오키나와를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2016년 1월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많은 주민이 자살한 참혹한 현장과 미군이 점령하고 있는 기지를 직접 보기위하여 오키나와를 돌았다. 주행 거리는 255킬로미터였다.
자전거를 타면서 그동안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과 한국, 타이완, 베트남 그리고 일본 일부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여행기 형식으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책 내용 중 일부는 〈2016 협성 NEW BOOK 프로젝트 당선작〉에 포함되었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