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대수학(linear algebra)은 방정식, 정확히는 연립일차방정식(system of linear equations)을 푸는 방법과 그에 관련된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선형 (linear)” 은 일차식을 뜻하며, “대수 (algebra)” 는 기호를 조작하여 답을 구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선형대수학은 크게 세 가지 이론이 융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선형대수학의 역사적 근원이기도 한 연립일차방정식의 해법, 둘째, 행렬의 조작, 셋째, 추상적인 벡터공간의 이론이다. 연립일차방정식은 행렬을 이용하여 나타내고 풀 수 있으며, 연립일차방정식의 해집합은 벡터공간이 된다. 한편, 벡터공간 사이에 정의되는 “좋은 함수” 는 행렬을 이용하여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선형대수학의 세 요소인 연립일차방정식, 행렬, 벡터공간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하나의 문제를 서로 다른 세 가지 관점에서 다룰 수 있게 한다. 이 세 요소가 서로 얽혀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 본다면 수학의 여러 분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경남대학교에서 추진했던 학과역량강화 사업의 산물이다. 선형대수학은 수학 거의 모든 분야의 기초가 되는 과목임에도 단순 계산에 매몰되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선형대수학의 여러 주제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였으나, 목적에 맞는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책들이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정도의 수업에 맞추어져 있어, 짧은 기간에 선형대수학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양이 많았다. 이에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장당 10여 쪽정도로 구성하였다. 되도록 쉽게 풀어 쓰려 하였으나, 분량의 한계로 설명이 다소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으며, 구체적인 설명을 대신하여 연습문제로 돌린 것도 많다. 무엇보다도 직접 손으로 일일이 계산해 보는 “손맛” 을 느낄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다는 점은 이 책의 단점 가운데 하나이다. 몇 개의 장에는 마지막 절의 제목에 별표 (∗) 가 붙어 있다. 이것은 선형대수학의 응용에 해당하는 주제로, 아직 선형대수학을 많이 공부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생략해도 된다.
집필 목적을 뒤집어 생각하면, 이 책은 선형대수학을 공부하는 교재로 쓰기에 많이 부족하다. 주교재로 공부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다시 한번 살펴보거나, 이전에 학습한 부분을 요약 정리하는 보충교재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선형대수학 교재가 수백 수천 종이 있지만, 이 책의 기본은 이인석선생님께서 쓰신 《선형대수와 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목표가 그리 높지도 않고, 무엇보다 저자의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인석 선생님의 책처럼 화려하면서도 심오한 수학의 세계를 보여주는 경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저 선형대수학이라는, 수학의 근본이 되는 학문의 한자락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목적을 다했다 하겠다.
-머리말 중에서-